파산, 채무 면제, 그리고 융자 재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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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알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인간의 특성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금융의 토대에 포함된다. 이는 결국 불가피하게 상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의 사례로 이어질 것이다.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반드시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채무불이행은 경솔한 대출, 무능한 일 처리, 은폐, 채무자의 소득 불투명, 계약 체결 당시 채무자 채권자가 모두에게 투명하지 못했던 정보, 혹은 채무자의 번영을 목적으로 계획되지 않은 대출 조건 등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밖에도, 문제가 없었던 대출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드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실직을 했거나, 예상치 못한 병원비를 지불해야 했거나, 혹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자에게는 대출의 채무를 삭감 혹은 면제해주거나 상환을 재조정해주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성경에서는 이것이 채무자의 복지나 생계를 위해 필요한 경우 채무자가 자신의 담보를 계속 소유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형태로 나타난다.

네가 만일 이웃의 옷을 전당 잡거든 해가 지기 전에 그에게 돌려보내라. 그것이 유일한 옷이라. 그것이 그의 알몸을 가릴 옷인즉 그가 무엇을 입고 자겠느냐? (출22:26-27)

사람이 맷돌이나 그 위짝을 전당 잡지 말지니 이는 그 생명을 전당 잡음이니라. (신24:6)

네 이웃에게 무엇을 꾸어줄 때에 너는 그의 집에 들어가서 전당물을 취하지 말고 너는 밖에 서 있고 네게 꾸는 자가 전당물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네게 줄 것이며...(신24:10-13)

 

   이웃이 밤 동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담보로 잡아두었던 옷은 해가 지기 전에 주인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맷돌을 전당잡지 못하는 것은 그것을 빼앗을 경우 방앗간 주인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타당한 전당물이라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집 같은 것을 취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이미 힘든 상황에 처한 채무자를 더 큰 어려움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장치들이 된다. 비록 채권자가 대출을 통해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자본의 손실을 겪더라도 말이다. 채무자의 상황이 채권자와 공유되는 것이다. 이것이 금융에 내재된 시간적 관계의 속성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보호 장치는 지불불능이라고도 불리는 파산법, 채권 조사, 리시버 제도, 파산 관리, 가압류 등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법은 채권자로 하여금 파산한 채무자의 생활과 업무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상환 대신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의 법은 또한 담당 공무원이 아닌 채권자가 직접 채무자의 집에 들어가 물품을 압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채무불이행 때문에 채무자가 감옥에 수감되는 등, 근대 사회 이전에 수 세기 동안 빈번하게 일어났던 비생산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들 또한 금지되고 있다. 이는 성경적 원칙들이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현대의 파산법을 통해 이행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는 빚을 갚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노력해야 한다. 추닝(Chewning)은 하나님의 한결같으심과 잠언 6:1-5 말씀을 배경으로, 만약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다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서 채권자로부터 보호받고자 하지 말고, 스스로를 낮추어 채권자 앞에서 채권자의 자비를 간곡히 부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 위의 성경 구절들이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들을 채권자의 자비가 아니라 하나님의 법에 따라 보호하고 있음을 생각해볼 때, 이는 너무 확대된 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채무자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하는 행동은 채권자의 도움과 조언을 구하는 것이라는 추닝의 주장은 옳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출은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장기적 관계 형성을 유도한다. 따라서 채권자와의 상호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선적으로 시도해보지도 않고 파산을 신청하는 것은 그러한 인간관계를 존중하는 방법이 아니다. 티엠스트라(Tiemstra)는 리스크를 신중하게 다뤄야 하며 대출은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버는 쉬운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책임을 나타내 보이는 신중한 문제"라고 말한다.[2] 금융은 정의와 사랑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며, 신중한 채권자와 채무자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부딪히는 경우에도, 이러한 정의와 사랑은 멈춰지는 것이 아니라 양 당사자 모두에게 있어서 더욱 커져야 한다.

 

 

Richard Chewning, “Hermeneutics and Biblical Ethics: An Illustration – God’s Immutability and Human Integrity”, The Journal of Biblical Integration in Business (Fall 2000) 49-68쪽.

Tiemstra, “Financial Crisis and the Culture of Ri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