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서론

아티클 / 성경 주석

   시편은 이스라엘과 하나님에 대한 찬송가집이요, 기도서, 지혜문학이자, 시선집이다. 시편의 주제는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한편으로는 지극히 높으신(시 50:14)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기도를 나타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마음(시 35:14)과 같은 개인적인 경험까지 포함한다. 시편 대부분이 사람이 하나님께 말하는 내용이다. 바로 이 점에서 대부분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말씀하시는 내용을 담고 있거나 이야기를 기술하는 구약의 율법서나 선지서와 같은 다른 책들과 구별된다.

 

   수천 년 전에 썼는데도 사실상 시편의 모든 시들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기쁨을 반영한다. 각 시의 특정한 주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 시는 우리가 삶의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해 준다. 어떤 시들은 어려운 상황 끝에 마침내 좋은 결말을 맞는 과정 속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때 느끼는 하나님 안에서의 기쁨을 담아낸다. 또 다른 시들은 악인이 승리했을 때 왜 하나님이 우리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지 않으시는지를 이해하려고 발버둥 치면서 느끼는 분노나 슬픔과 같은 원초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어떤 시에서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 다른 시에서는 침묵하신다. 어떤 시에는 해답이 담겨 있는 반면 다른 시에서는 우리에게 대답 없는 질문을 남기기도 한다.

 

   시에 나타난 다양한 특성에서 알 수 있듯이, 시편의 시는 한 사람이 한꺼번에 쓰지 않았다. 시편의 저자, 저작 연대, 배경, 목적, 용도와 전승에 대한 것들은 아직까지도 성경 연구의 주요 분야다. 양식비평과 비교문학 분석(특히 우가릿 문헌과의 비교) 방법은 시편 연구에서 매우 요긴했다.[1] 이런 연구들을 전반적으로 탐구하지는 않겠지만, 시편을 이해하고 일에 적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연구는 필요하다면 활용할 것이다.

 

시편이 말하는 일

   시편에 수록된 150편의 시 전체에 일과 관련한 내용이 등장한다. 때로 일에 대한 시편의 관심은 개인적인 윤리와도 연결된다. 즉, 일을 함에 있어서 하나님께 대한 순종과 정직함(integrity), 반대자에 대한 태도, 부도덕한 사람들의 외적인 성공에 대한 염려와 근심 등을 포함한다. 또 다른 시편들은 가정이라는 좁은 범위부터 국가와 같이 큰 범위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윤리에 관심을 갖는다. 이런 시편들의 주제는 기업 윤리, 제도적 압력을 다루는 법, 세계화, 직장의 결함이나 국가적 부정행위의 결과 등 다양한 현대의 주제에 적용 가능하다. 시편에서 일과 관련한 또 다른 주요한 주제는 일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임재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 모든 생산성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근거를 둔 인간의 창의성,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의 중요성, 우리 일에서 경험하는 하나님의 은혜와 같은 주제를 찾아볼 수 있다. 시편은 결혼, 자녀 양육, 부모를 돌보는 일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모든 특별한 주제들은 근본적으로 모든 피조물 안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한다. 그러므로 시편에서 일과 관련한 폭넓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일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다섯 권의 시편

   시편에는 가장 두드러진 구조적 특징이 있다. 전체 내용을 제1권(1-41편), 제2권(42-72편), 제3권(73-89편), 제4권(90-106편), 제5권(107-150편) 이렇게 총 다섯 권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이렇게 구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시편 제1권은 다윗의 경험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제2권은 다윗과 다윗 왕국 이야기다. 제3권은 탄식과 항의의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암울한 분위기를 띤다. 시편 89편에서 다윗의 언약이 깨지고 이스라엘이 멸망하면서 제3권을 마무리한다. 제4권은 인간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면서도(시 90편),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통치하시는 위대한 왕이심을 의기양양하게 선포하기도 한다(시 93; 95-99편). 제5권의 주제는 아주 다양한데, 모든 나라와 만물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경배하는 찬양으로 끝을 맺는다(시 148편).

 

   시편에는 다윗이라는 한 개인에서 다윗 왕국, 이후 다윗 왕국의 몰락, 다음으로 온 땅의 왕이신 하나님 찬양, 끝으로 하나님 나라의 승리로 나아가는 일련의 진행이 담겨 있다. 이것은 시편 전체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향을 보여 준다. 하지만 많은 시편들이 이러한 배열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시편이 어찌하여 현재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일 시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구조가 있다면,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그게 아니라면 현재 시편이 그 구조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시편 해석을 위한 전략

   시편은 매우 독특하다. 그래서 이를 오늘날의 삶과 일에 적용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본래 문맥에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다. 시편은 매우 다양한 찬양 모음집이다. 그래서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가르침을 얻기 위해 시편을 연구해야 하는가? 역사를 위해 읽어야 하는가? 시편을 통한 기도와 찬양을 혼자 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이들과 함께해야 하는가? 성경 자체는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주지 않는다. 시편을 일에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고찰하기 전에, 우리는 시편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해석 전략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일과 관련되거나 또는 일과 삶에 의미 있게 적용 가능한 중요한 점들을 다루기 때문에 선정된 시편들을 탐구할 것이다. 그 시편 선정 기준은, TOW 프로젝트 참여자, 운영위원회, 검토위원들이 그들의 연구나 경험에서 특별히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것이 체계적이지 못한 선정 방식임을 안다. 때문에 이로 인해 얻은 해석이 완전하거나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크리스천 공동체나 개인이 그들의 믿음과 일의 통합을 추구하면서 이 시편들을 활용하고자 할 때 분명 최선의 방법을 제공해 줄 것이다. 

 

 Peter C. Craigie, Psalms 1-50, 2nd ed., Word Biblical Commentary (Nashville: Nelson Reference & Electronic, 2004), 45-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