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고의 산물로  자신을 예표하신 그리스도 (마26)

아티클 / 성경 주석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유다가 예수님을 넘기겠다는 제안을 가지고 종교 지도자들을 찾아감에 따라,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가 추진된다. 십자가 처형을 향해 신속하게 움직여 나가는 사건과 함께, 예수님은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신다. 그 식사 자리에서 예수님은 자신과 자신에게 다가올 희생을 상징하는 빵과 포도주라는 생산품을 택하신다. 빵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예수님은 “이것은 내 몸이니라”라고 하셨고(마 26:26), 포도주가 담긴 가죽부대를 잡고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마 26:28)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아들은 어느 누가 만들어 낸 생산품이 아니며, 심지어 성부가 만드신 것도 아니다. 니케아 신조에 보면 그분은 “만들어진 분이 아니라 독생하신 분”이시다. 그러나 성자는 자신의 희생을 예로 들기 위해 사람들 손에 만들어진 흔하고 손에 잡히는 ‘빵’과 ‘포도주’ 같은 것을 택하신다.
 

   앨런 리처드슨(Alan Richardson)이 말한 것처럼 이것을 생산하는 데 전 공동체가 다 참여한다.
   

농부의 솜씨와 고생, 제빵사의 수고, 운송하는 사람의 일, 은행과 회사 사무실의 일, 가게와 배달하는 사람의 수고 없이는, 광부들이나 조선소 및 철강회사 등의 일꾼들의 노고 없이는 오늘 아침 우리 제단의 이 빵은 없었을 것이다. 진실로 인간이 일하는 온 세상이 우리가 제공받는 이 빵과 포도주를 생산하는 일에 관여되어 있다. 여기에 인간의 얼굴에 맺힌 땀을 통해 얻은 빵과, 대가 없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이 생명의 빵 사이에 끊을 수 없는 이상한 연결 고리가 있는 것이다.[19]

   우리는 왜 예수님께서 자연의 물품이나, 추상적 아이디어, 자신이 직접 설계한 이미지가 아닌 손에 잡히는 인간의 수고의 산물을 택하셔서 자신을 예표하려 하셨는지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수님이 자신의 무한하신 존엄성에 대한 예표로서 이런 노동의 산물을 친히 귀하게 여기셨다는 것은 사실이다. 예수님의 부활에서 그분이 신체적인 몸을 입고 있었다는 것도 기억한다면(마 28:9, 13), 하나님 나라를 하나님이 창조하신 물질적인 실체와는 무관한 영적인 실체로만 상상할 여지가 우리에겐 없다. 우리를 창조하신 후에(창 2:7; 요 1장) 하나님은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우리가 손으로 만든 물품을 택하셨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은혜다.

Alan Richardson, The Biblical Doctrine of Work, Ecumenical Bible Studies No. 1 (London: SCM Press for the Study Department of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1952, reprinted 1954), 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