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서의 큰 그림 읽기

아티클 / 성경 주석

   다니엘서를 읽노라면 사뭇 당혹스러운 순간이 있다. 다니엘서는 바벨론 왕궁의 쾌락과 악에 동화되라는 압박을 받는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의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그리면서 시작한다. 게다가 꿈과 환상, 그리고 예언 등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이상하게 전개된다. 그러다가 중간 지점쯤에서(7장), 본서는 기괴한 사건들과 생물들의 이미지군을 사용하여, 미래의 왕들과 왕국들의 흥망성쇠를 전조로 알려 주면서, 너무도 분명한 묵시록적 성격을 띤다.[1] 묵시록 장르는 해석이 어렵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 소재에서 일을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아무튼 다니엘서는 또 다른 한 권 길이의 묵시록인 요한계시록처럼 일과 관련한 소중한 재료를 제공해 준다. 일의 신학을 위해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우연히도 다니엘서는 일터에서 일의 의미를 풀어놓는 데 필요한 안성맞춤 구조를 제공한다. 이 구조는 주제를 다음과 같이 A-B-C 순으로 소개한 다음, 다시 역순으로 되풀이해 나타낸다.​

 

  • 주제 A, 1부

    • 주제 B, 1부

      • 주제 C, 1부

      • 주제 C, 2부

    • 주제 B, 2부

  • 주제 A, 2부

 

   어느 주제가 어느 것인지를 독자들이 잘 따라가도록 도와주기 위해 저자는 각 주제 양쪽 부분에서 병행 요소들을 강조해 보여 준다. 예를 들면 다니엘서의 주제 A는 1부에 나오는 하나의 환상과 2부에 나오는 병행 환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주제 B는 1부의 고난과 2부의 더한 고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성경 여러 권에서 흔히 나타난다. 다니엘서에서 각 주제의 1부는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반면 각 주제의 2부는 좀 더 어렵지만, 그에 상응하는 1부로 돌아가 보라고 언급함으로써 어려운 단락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해 준다. 다니엘서에서 1장은 서론이며, 이어서 병행구들이 차곡차곡 포개진다.

 

  A. 이방 나라들이 전복되고 하나님의 통치가 그것들을 대체하는 미래에 대한 환상: 2장     
     B. 그러는 동안 하나님께 충성하는 증인들이 수난을 겪고 상급을 받음: 3장
          C. 이방 왕을 낮추시고 끌어내리심: 4장
          C. 이방 왕을 낮추시고
끌어내리심: 5장
     B.
그러는 동안 하나님께 충성하는 증인들이 수난을 겪고 상급을 받음: 6장
  A.
이방 나라들이 전복되고 하나님의 통치가 그것들을 대체하는 미래에 대한 환상: 7-12장

 

   이 구조 덕분에 다니엘서의 큰 그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하나님의 백성이 포로로 잡혀 있는 부패하고 교만한 이방 나라들을 뒤엎으시러 하나님이 곧 오신다. 비록 그분의 백성이 지금은 고난을 당하지만, 그들이 신실함으로 감당하는 고난은 하나님의 능력이 움직이는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그들에게 지금 번성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 미래를 향한 밝은 소망, 그리고 현재의 생존과 미래의 약속 두 가지 모두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 큰 그림이 오늘날의 일터에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또 이 큰 그림을 어떻게 적용할지 탐구해 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앞서 간추린 여섯 가지 움직임들이 각각 어떻게 전체 주제와 총화를 이루는지 살펴볼 것이다.

 

 

다니엘 7-  12장에 나오는 환상은 수백 년에 걸쳐 바벨론, 바사, 애굽 그리고 헬라 제국이 연이어진 실제 사건들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이것은 특히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단 11:31-39)와 딱 맞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이 책의 기록 연대를 그의 시대인 BC 165년경으로 잡는다. 언어, 역사적 언급, 장르 등은 아주 복잡한 요소들이다. 이 책의 기록 연대는 예언들의 해석 방식에 채색을 더한다. 만약 그 연대가 대략 BC 165년경이라면 그 예언들은 예언의 모습, 그때의 (즉 그 사실 이후) 역사적 사건들을 설명하는 것이 된다. 이 견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다니엘서 자체의 신학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다가올 사건을 내다보는 예언자의 능력은 핵심적인 신학적 주제를 말한다. 즉 하나님께서 모든 열방을 다스리시기 때문에 예언자가 미리 내다보도록 받았던 그 미래 사건들을 하나님께서는 이루실 수 있는 것이다. 늦은 기록 연대를 두고 오간 치열한 토론이 궁금하다면 J. J. Collins, Daniel, Hermeneia (Minneapolis: Fortress, 993)와 J. Goldingay, Daniel, Word Biblical Commentary (Nashville: Thomas Nelson, 1989)를 보라. 전통적 보수적 견해는 J. Baldwin, Daniel, Tyndale Old Testament Commentaries (Downers Grove: InterVarsity Press, 1978)와 S. Miller, Daniel, New American Commentary (Nashville: Broadman and Holman, 1994), T. Longman, Daniel, NIV Application Commentary (Grand Rapids: Zondervan, 1999)에 있다. 어떤 경우든 간에 이 책에서 말하는 일을 이해하는 데 이 문제 해결이 직접 필요하진 않다. 이 논의에서는 이 책이 다니엘의 말과 환상을 BC 6세기의 다니엘의 것으로 돌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