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갈등에 침묵한 다윗 (삼하13-19장)

아티클 / 성경 주석

   사람은 갈등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 불편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가정에서든 일터에서든 갈등에 직면하는 걸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소한 것은 무시해도 해결될 수 있지만, 큰 갈등은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저절로 심화되어 우리 시스템에 재앙을 가져온다. 이것은 다윗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윗이 몇몇 자식 간에 일어난 갈등을 방치하는 바람에 온 가족이 비극에 빠졌다. 다윗의 장남 암논은 그의 배다른 누이 다말을 강간하고 수치스럽게 대했다(삼하 13:1-19). 다말의 친오빠인 압살롬은 그로 인해 암논을 증오했으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윗도 그 문제를 알았지만 그 상황을 무시해 버렸다(삼하 13:21).

 

   2년간은 모든 게 잘 되어 가는 것 같았으나, 이 정도 규모의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암논과 압살롬이 함께 시골로 여행을 갔을 때 압살롬은 자기 이복형을 술로 취하게 한 후에 그의 종들에게 그를 쳐 죽이라고 시켰다(삼하 13:28-29). 이 갈등은 다윗의 가정은 물론 귀족과 군대, 마지막에는 온 나라가 내전에 빠지게 만들었다. 많은 경우에 갈등을 회피해서 초래되는 파괴가 그 갈등이 처음에 일어났을 때 처리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보다 훨씬 더 나쁜 경우가 많다.

 

   하버드대학교의 로널드 하이페츠와 마티 린스키 교수는 리더가 어떻게 “갈등을 잘 지휘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자체가 끓어올라서 그들의 목표를 뒤집어엎고, 조직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한다.[1] 마찬가지로 짐 콜린스(Jim Collins)도, 누코 철강(Nucor Steel) 회장이었던 앨런 아이버슨(Alan Iverson)이 회사가 고철강 재활용 사업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의견 분열이 극심했을 때의 사례를 들려준다. 아이버슨은 그런 의견 분열을 공개석상에 내놓고,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보복하지 못하게 보호해 주면서 누구나 각자의 의견을 말하게 했다. 계속된 “격렬한 논쟁”은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은 책상을 팔로 마구 내리쳤다. 얼굴이 붉어지고 핏줄이 불거졌다. 그러나 서로의 갈등을 인정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처리해 나감으로써, 분노가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가 나중에 폭발하는 사태를 방지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사실과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회사가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이끌었다. “동료들이 회장실로 몰려가 야유를 퍼붓고 서로 삿대질을 했지만 그 후에 결론이 도출됐다. …… 그 회사의 전략은 고뇌에 찬 수많은 논쟁과 싸움을 통해서 나왔다.”[2] 잘 지휘된 갈등은 실제로는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 

 

Ronald A. Heifetz and Marty Linsky, Leadership on the Line (Bosto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2), 101-122쪽.

 Jim Collins, Good to Great (HarperBusiness, 2001), 76쪽.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김영사 역간).